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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국적과 제주항공 참사.

by 해외출산 가이드북 2025. 2. 7.

이번 글에서는 비행기 추락 사고와 사망 문제를 이중 국적자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2024년 12월 29일, 불과 두 달 전에 발생한 안타까운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글을 시작합니다.

본 글은 대부분의 한국인과는 다른 여권을 소지한 사람의 관점에서, 이번 제주항공과 같은 사고 발생 시 당사자와 유가족에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고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정 항공사나 사고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보다는, 이중 국적자 입장에서 항공 사고 발생 시 후속 업무 처리 과정과 절차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수준의 글입니다.

 

사고 발생 바로 다음 날, 국내에서는 매일경제에서 사망 승객의 보험금을 다루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사망 승객의 소득 수준·연령에 따라 보험금 다르다?…제주항공 유족 보상금 규모는]

(해당 기사 링크: https://www.mk.co.kr/news/business/11206519 )

"라는 제목의 기사 중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IATA, 홈페이지

 

 

몬트리올 협약 이전인 1993년 아시아나 B737기 사고의 사망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1인당 약 1억6000만원의 합의금이 지불됐다. 또 1997년 대한항공 B747기 괌 추락사고 당시 사망자 228명 가운데 100여 명의 유가족들은 1인당 약 2억7500만원의 합의금을 받기도 했다.

 

다만 보험금 지급액은 사망자의 국적, 나이,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 산정 요소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보험금이 개별적으로 계산될 전망이다. 여기에 추후 항공사의 과실이 명확하게 입증될 경우 보험금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몬트리올 협약에 따른 보상금, 그리고 실제 보험금 지급액이 ‘사망자의 국적’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는 말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독자분들은 이미 잘 아시다시피 저자는 한국 국적에 대한 약간의 콤플렉스와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일한 항공기에 탑승하여 동일한 사고로 동시에 사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의 국적’에 따라서 보험금 지급액이 달라진다는 기사 내용은 저자의 역린을 건드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무형의 국적이 뭐길래, 그리고 이 여권 쪼가리가 대체 뭐길래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였을 때 사망자의 유족들을 차별한다는 말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몬트리올 협약(Montreal Convention 1999, MC99) 자체는 이론상 국적별로 사망 보상금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가난한 나라 사람이든 선진국 사람이든 모두가 동일하게 사망 보상을 받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즉, 한국보다 국민 소득액이 높은 스위스 국민이나, 반대로 한국보다 가난한 인도네시아 국민이나 동일한 금액의 사망 보상금이 지급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 그 보상금이 얼마냐? 몬트리올 협약은 1999년 제정되었고 그 금액은 2003년 100,000 SDR을 기준으로 몇 년에 한 번씩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국제 항공기에는 여러 국적자가 탑승하기에 보상금을 1개 국가의 통화로 지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요. 그 때문에 협약의 사망 보상금의 통화는 특정 국가의 화폐 단위가 아닌 IMF의 대외-지급-준비-자산 (SDR: Special Drawing Rights) 단위를 사용합니다.

 

이 대외 지급 준비 자산이란 주요 통화로 구성된 일종의 지수입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과거 유일하게 일본 엔이 IMF의 대외 지급 준비 자산 바스켓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9년 전인 2016년 9월 중국 위안화가 국제 사회의 위상을 높일 겸 통화 바스켓에 포함된 바 있습니다.

 

미국 달러, 유로, 중국 런민비,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털링의 5개 통화로 구성된 바구니에 기반한 대외 지급 준비 자산으로 현재 기준 보상액은 정확히 151,880 SDRs인데, 이 보상금이 종전 128,821 SDR에서 이 금액으로 사고 발생 하루 전날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정확히 각각의 통화 비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미화: 43.38%

유로: 29.31%

위안화: 12.28%

엔화: 7.59%

파운드: 7.44%

 

위 각각의 통화 가치가 매 순간 변하고 보상금을 수령하는 통화도 각각 달라질 테니까 151,880 SDR가 정확히 몇 원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으나, 약 3억 원 정도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MC99 협약상에서 국적별로 상기 금액을 차별하여 초과 또는 이하로 지급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현실은 다르지요.

 

현실은 협약은 협약일 뿐, 현실은 다르고 국적에 따라 실제 유족들의 보상금이 달라지는 냉혹하고 분통 터지는 현실에 눈알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일한 항공기에서 같은 시각에 동일한 원인으로 사망하여도 국적별로 달라지는 현실, 이게 공정과 정의인지, 아니면 냉혹한 현실의 장난질인지?

 

그럼 현실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느냐?

 

이론적으로 항공사는 국적에 따라 보상을 차별화하지 않습니다. MC99는 국적과 관계없이 보상을 위한 통일되고 공평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항공사는 원칙적으로 소득 손실, 부양, 고통과 괴로움과 같은 각 사례의 개별 상황에 따라 손해를 평가해야 하며, 국적은 이론상 차별 요소가 아닙니다.

 

 

 

그러나, ‘고통과 괴로움’을 하나의 예로 생각해 보면, 한국은 예컨대 강력 범죄나 사고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하면 법원에서 통상적으로 인정해 주는 금액이 꼴랑 100만 원이 아닌가요? 정신이 나갈 정도, 미칠 정도가 되어도 한국인의 정신적 고통은 약 100만 원 정도면 입 싹~ 닦을 수 있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다른 말로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한국인의 정신적인 고통은 저렴합니다.

 

사망자의 소득 손실에 대한 부분 또한 국가별로 산정 방식이 다릅니다. 한국은 피의자에게 유리하면 유리했지 절대 피해자 입장에서 공정하게 처리되지 않는다는 ‘사회적인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애가 생기거나 사고 후유증은 어떤가요? 손목이 하나 잘려 나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왜 한국 국적자의 손목은 북미 선진국 국적자의 손목보다 저렴하게 처리되어야 하나요? 후유증은 왜 다르게 보상받아야 하나요? 뚜껑이 열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병원비도 마찬가지이고, 만약 사고로 장애를 입어도 그 보상금은 ‘무늬만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와 서양 선진국과는 다르다고 봅니다.

 

자녀에게 애초에 한국 국적을 불허하는 것은 ‘센 놈에게 붙어야 잘 먹고 잘산다.’, 또는 ‘미국 국적으로 영어 교육 싸게 해 보겠다.’ 또는 ‘저렴하게 유학 보내고 싶다’와 같은 다소 저급한 사고방식과 금전적 혜택을 노리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각자 다르시겠지만요.

 

교포와 결혼하여 자녀에게 한국 국적을 돌이킬 수 없이 떼어내 버리는 이유는 (그리고 조기 유학생 출신인 저자가 교포와 결혼하지 않고 다른 유학생 출신과 결혼하였다면 독자분들처럼 원정을 다녀왔을 이유는)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다 하며 여기저기 사익을 쫓는 사고방식이 아니라, 지구촌에서 생활 반경이 1개 국가(한국)의 국경을 초월하고 여러 국가를 오가며 생활하는데 종종 괴변이 현실에서 발생하고 그 사건 사고를 개인이 당해 낼 수가 없어서입니다.

 

피해 의식과 자국에 대한 누적된 불신. 보도되는 사회적 사건들과 법원의 형량을 보면 그 형량 또한 미국에 비하면 매우 솜방망이 처분되는 것을 보며 피의자를 위한 사회인지 대중을 위한 사회인지 의문이 들 때. 오죽하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에서 도피생활하다가 체포되어 법 앞에 서게 되면 미국보다는 한국으로 송환되어 재판, 처벌받겠다고 수백억 원을 지출하지 않나… 뭐, 이런 거죠. 

 

지하수, 토양 등의 환경오염 잔뜩 시켜놓고 복구 비용 예컨대 300억 원에 달한다면 솜방망이로 벌금 몇백~몇천만 원 수준에 복구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흉내만 조금 내고 끝낼 수 있는 나라. 

 

 

사람마다 각자 생각과 개인적인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타인에게 뭐가 옳고 그르다고 논쟁하지 않습니다. 다들 각자 알아서 자녀에게 최적의 환경과 좀 더 좋은 기회를 주는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독자분들이 국내에서 출산하시든 해외로 가시든 그분들의 인격과 됨됨이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똑같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분들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덜 시행착오를 겪으시며 갈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이상입니다.

 

 

————

 

 

Research: 

https://www.icao.int/Newsroom/Pages/International-air-travel-liability-limits-set-to-increase,-enhancing-customer-compensation--.aspx

 

https://www.imf.org/en/About/Factsheets/Sheets/2023/special-drawing-rights-sdr

 

https://www.imf.org/en/News/Articles/2016/09/29/AM16-NA093016IMF-Adds-Chinese-Renminbi-to-Special-Drawing-Rights-Basket

 

 

https://www.icao.int/secretariat/legal/Pages/2019_Revised_Limits_of_Liability_Under_the_Montreal_Convention_1999.aspx

 

2019년 128,821. 

 

The limits will be revised as follows:   

1. The limit for death or bodily injury will increase from 128,821 SDRs to 151,880 SDRs  (about US$202,500) (originally 100,000 SDRs in 2003). 

2. The limit for delay in passenger transport will rise from 5,346 SDRs to 6,303 SDRs  (about US$8,400) (originally 4,150 SDRs in 2003). 

3. The limit for destruction, loss, damage, or delay of baggage will increase from 1,288 SDRs to 1,519 SDRs (about US$2,000) (originally 1,000 SDRs in 2003). 

4. The limit for destruction, loss, damage, or delay of cargo will rise from 22 SDRs to 26 SDRs per kilogram (about US$35) (originally 17 SDRs in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