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지난 두 달간 우리 사회에 괴변 같은 다사다난 사건·사고가 많았습니다.
약 두 달 전 2024년 11월 13일에는 괌으로 원정 가신 산모가 사망하는 사건이 보도 되었고 지난달에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편입된 이후에 비상계엄령 선포로 세계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과거 6·25 이후 흙 파먹고 살던 시기에 군부정권과 88 올림픽 전에 또 한 번의 군사정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국내에 자국민들에게 우리 국군이 총칼을 들이대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고 믿어왔습니다만
그 최소한의 신뢰를 무참하게 깨뜨린 사건이었습니다.
게임, 비상게임에 이어서 이어 마치 폭력적인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한 장면 같은 제주항공 참사를 겪은 우리 사회.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서부지방법원 폭동 보도를 접하며 이게 무슨 미얀마 또는 남미에 경제 파탄 난 나라인지 중동 예멘인지 의문스러웠습니다.
지난 두 달간의 사건·사고를 멀리서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이제 몇 주의 시간이 지나고 놀란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었으니 몇 자 적기에 덜 민감한 시점인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키보드를 만지작거려봅니다.
참고로 저자는 사건·사고 발생 직후에는 가급적 언급을 자제합니다.
대부분, 99.99%의 블로거들은 해당 사건을 입에 올리며 우리 시대의 무거운 사건·사고를 일종의 블로그 접속량 올리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만, 저자의 블로그는 그런 상업적인 블로거들과는 애초에 다릅니다.
얘기를 꺼내는 관점 자체가 국내에서 나고 자라고 그 국경에 한정되어 거주하는 순 토종 한국인 관점이 아니라, 이백만 명을 초과하는 해외 체류 한쿡사람의 한 명으로 누가 보면 이 사람은 한국 사람인지 외국인인지 분간이 안 가는 그 경계에서 삶을 살아가는 관점입니다.
그리고 그 관점에서 해.외출,산을 염두에 두시는 독자분들과 대화 나눠봅니다.
우리의 대화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주장과 논박, 토론이 아닙니다.
발생한 사건·사고가 내 자녀의 신분(내국인 또는 외국인)에 따라서 어떤 영향이 있는지와 그 신분에 따라서 동일한 사건·사고를 바라보는 관점과 반응이 불가피하게 달라진다는 점을 설명하는 정도입니다.
저의 독자분들은 다들 뛰어나셔서 신분(국적, 체류 자격)에 따른 영향과 반응, 태도 등등을 역지사지하시며 세세하게 이해하실거라서 타인의 입으로 한번 재확인하시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저의 독자분들은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그분들과 교류하고 담소를 나누며 행여나 빠진 건 없는지 확인하는 수준의 시시한 얘기에 불과합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그날 밤, 액션 영화 같았던 12월 3일 밤, 비상,겜,령이 선포되는 밤, 저자는 한숨도 못 잤습니다.
생방송을 보며 ‘웬 야밤에 대국민 담화?’라고 의아해하며 잠옷 차림으로, 건성으로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비상ㄱㅇ 이라는 말이 나와서, ‘이게 웬 엉뚱한 농담?? 내가 지금 뭘 잘못 시청하고 있나? 몇 년 전 트럼프 체포 사진처럼 이 게임 선포도 AI 합성 영상인가?’라는 의문만 들었습니다.
곧 이은 생방송으로 여의도 길거리를 가득 채운 군/경을 보며 저자가 보고 있는 게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습니다.
장난이 아니라 정말 껨,선포라는 점을 깨달음과 동시에 저자의 생화학적 반응은 에스프레소 커피 더블샷, 트리플 샷을 연달아 대여섯 잔 때려 마신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고 두 손이 떨렸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분은 기억이 없으시거나 본 적이 없으시겠지만) 저자가 어릴 적 육교를 지나는 기회가 있을 때 국내 원조 coup로 장기 집권 중에 암살된 인물의 사진이 해마다 특정 시기에, 육교에 걸려있던 오래된 기억 떠오르며, 내가 정말 2024년에 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다시 그 시기로 되돌아간 것인지 의문과 놀라움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밤이었습니다.
‘다시 그 시기로 되돌아가는 건인가?’ ‘모든 길은 남산으로 이어진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서 생사도 몰랐던 그런 시기로 되돌아간 것인가?’
사건의 중대함을 감안하여 아내에게 바로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방으로 들어가 보니 이미 잠든 그녀.
저자는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솟아있고 불과 삼십분 전에 졸리던 눈은 말똥말똥했지만, 그녀의 영혼은 이미 그녀의 육체를 잠시 떠나 아이와 함께 꿈나라. 처자식은 솜사탕을 구름처럼 타고 날아다니며 새하얀 유니콘과 푸르른 하늘을 놀이터 삼아서 날아다니고 계심. 그런 처자식을 바라보며 문득 드는 생각, ‘아참, 얘네는 내국인 아니지. 얘네랑 직접 상관없구나.’
나의 마음은 너무나 무겁고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처자식 관점에서는 그 사건이 마치 지구 정반대에 있는 어떤 시골의 한 주유소에서 간밤에 화재가 발생한 것 같은 관점의 차이, ‘그래서 그 주유소, 불 잘 꺼졌어? 그 동네 이름이 뭐라고?’
뭐, 이런 느낌이랄까. 같은 식구, 같은 지붕 아래, 한솥밥을 먹지만 명확하게 구분되는 입장차.
세상모르고 잠든 처자식을 바라보며, ‘다행히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게 아니구나. 어차피 난 이년에 한 번 방한 할까 말까인데 안 가면 그만이지. 처자식은 언제든 들어가도 큰 문제는 없겠구나. 내일 아침에 알려줘도 되겠다.’라는 생각. 외국인이라서 사실 상관이 없겠구나, 나의 문제와 근심거리가 처자식에게 엎질러지지는 않겠다는 일종의 씁쓸한 안도감, 그나마 다행이다.
또다시 군사정권이 수십 년 장기 집권하고 법과 공정 위에 군부정권과 독재가 있더라도 처자식과는 무관하고 그들의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된다는 씁쓸한 안도감.
비록 나는 불편과 위험 감수가 불가피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나에게 한정되며 처자식은 나와 같은 처지로 끌려 들어가지 않는다는 극심한 불안감 속에 확신..
교포인 아내와 결혼 후 아이가 0세였을 때 아이의 이중 국적으로 얻어먹을 수 있는 혜택 따위보다는 예측 불가한 국적 관련 정책들과 말도 안 되는 괴변 발생 가능성을 애초에 회피하고 (일종의 피해의식과) 위험회피 성향으로 내 아이의 한국 국적 문제를 확실하게 정리해 버릴 수 있을 때 단칼에 단행해 버리겠다는 의지와 실행.
결과적으로 아이의 한쿡국적 문제는 그 어떠한 법률 관점에서도 리스크 제로, 빵, 영으로 만들어버린 것에 대한 일종의 심리적 보상..
그 심리적 보상감은 그날 밤 정신이 확 깨고 두 손이 떨릴 정도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저자에게 지난 수년간 내한하여 국내 건강보험 없이 자녀가 치과 가서 외국인 신분으로 간단한 진료과 처치를 받고 (내국인이라면 진료비 포함하여 5,000~9,000원이면 충분한 진료를) 20만 원을 초과하여 반복 지출하고, 코로나 때 모든 국민들에게 지급되는 보상금 따위도 그 돈 받고 코 끼느니 차라리 마다하고 외국인 신분으로 각종 불편과 금전적인 불 혜택을 감수하겠다는 생각과 실제 발생한 금전적인 측면을 충분히 보상받은 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국이지만 오랜 세월 누적된 사회적인 불신과 피해 의식.
국적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민감해지는 경우.
이곳에 와서 살면서도 클럽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며 국적 기재란이 있길래 나도 모르게 과민 반응.
클럽의 외쿡인 담당자에게 전화하여 나의 국적을 묻는 의도를 문의하니까 해당 클럽 회원들, 그들의 국적, 그리고 그들에게 부정할 수 없는 적대국이 존재하여 그렇다는 답변을 듣고는 오케이, 이해됨.
어찌 보면 자신의 과민과 일종의 미세한 정신병(?)을 차세대에게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개똥 신념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보면 좀 이상한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불편과 금전적인 불 혜택을 마땅히 감수하는 것뿐이지요.
이 점이 자녀에게 미쿡국적을 추가하신 사람들과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독자분들은 훌륭하고 뛰어나셔서 그런 분들이 없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원정 부모들은 취할 수 있는 각종 혜택(금전적, 비금전적)과 편의에 사리를 밝히며 마치 양국에 양다리를 걸치듯 양쪽에서 얻어먹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그리고 끝까지 빨아먹다가 맨 끝에 가서 아슬아슬하게 자녀의 한국 국적을 포기시켜서 한 국민으로 얻지만 책임과 의무는 저버리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흔하지요.
(물론 제 독자분들 중에는 그런 분들 없겠지요.)그런 분들에게, 한국 정부 측에서 (인구 감소 때문에) 만약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이중국적이 가능하며 자녀의 병무 또한 면제해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다면 그분들은 아마도 두 국적 다 손에 꾹 쥐지 않을까요?
정부 측에서 그런 제안을 할 때는 당연히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합니다.
혜택과 이익에 눈을 밝히고 1000중 999는 불행사 서약서를 쓰고 둘 다 유지하려고 하시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외국적 불행사 서약서를 쓴 후에 그런 비상,게임,선포가 발생하였다면 어땠을까요?
불행사 서약서를 썼는데 미 대사관 또는 캐 대사관에서 나서서 적극 도와줄까요?
애초에 자녀가 0세에 국적 관련 이슈들을 돌이킬 수 없이 처리해 버리는 데는 상상할 수 없는 괴변들, 그리고 실제 그런 괴변 중에 단 하나라도 발생 시에 잠정 예상 피해액을 고려하면 저자에게는 충분한 가치와 보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괴변들과 잠정 피해액은 개개인들마다 다르고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자신들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이고 일괄적으로 접근, 판단이 불가하다고 봅니다.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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